인사이트 편집자 인터뷰

3. 송우일 편집자

오늘의 주인공은 이 책상의 주인, 송우일 편집자입니다. 쓰잘데기 없는 물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깔!끔!한 책상에서 송우일 편집자의 빈틈 없는 면모가 보이지 않나요?

인사이트에서 책을 만든다는 것은?

인사이트는 초창기에 다른 곳에서 잘 시도하지 않았던 애자일 관련 서적과 프로그래밍 고전을 소개해서 독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얻은 출판사입니다. 인사이트에서 일한다는 것은 그러한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 대중성을 찾아가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애자일 시리즈’와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프로그래머 시리즈’는 인사이트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시리즈죠. 사랑 받는 책을 냈다는 것은 그 후에도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는 뜻이죠. 앞서 나온 책보다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편집자들의 고민하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주로 편집한 도서와 가장 기억에 남는 도서 한 권을 꼽는다면?

주로 ‘프로그래밍 인사이트’ 시리즈 도서를 편집했고 그 외에 ‘애자일’ 시리즈,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프로그래머’ 시리즈, 단행본도 몇 권 편집했습니다. 흔히 소프트웨어 개발 하면 개별 기술과 그것을 뒷받침할 개발 도구, 프로그래밍 언어, 프레임워크 등이 있으면 다 되는 걸로 오해하기 쉬운데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사람이라는 요소와 팀워크의 중요성을 지적한 『피플웨어』가 기억에 남습니다.

작년에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프로그래머 시리즈’로 출간된 『피플웨어』 3판은 무슨 일이든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작업을 하는 분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안 그런 작업이 어디 있냐고요? 그러게요… ^-^)

기억에 남는 (국내외 불문) 저자나 역자가 있다면?

『맨먼스 미신』의 프레더릭 브룩스입니다. 개발자에게 컴퓨터 던져주고 야근 시키면 소프트웨어가 뚝딱 하고 나온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은데, 프레더릭 브룩스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왜 본질적으로 어려운 일인지 그 핵심을 지적하고, 그 본질적인 어려움을 공략하는 데 필요한 통찰을 제시한 저자입니다.

밑줄 그을 부분이 그렇게 많다고 하는 고전 중의 고전, 『맨먼스 미신』의 저자 프레더릭 브룩스는 IBM System/360 계열의 컴퓨터와 OS/360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으며, ‘컴퓨터 아키텍쳐(Computer Architecture)’라는 말을 만들고 컴퓨터의 기본적인 주소 체계에 처음으로 8비트(bit)를 적용했다고 합니다.(참고) 1975년에 쓰여진 (나보다 먼저 태어난) 책이 여전히 프로그래머들에게 통찰력을 전달할 수 있다니 어쩐지 숙연해지는 듯합니다.

요즘 가장 고민인 부분?

책이라는 상대적으로 느린 매체로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IT 기술을 어떻게 따라잡을지가 고민입니다. 요즘은 간단해 보이는 서비스라도(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지만) 몇 겹의 기술 스택이 복잡한 의존 관계 속에서 동원되어 개발되니까요. 기본적으로 가팔라진 학습 곡선과 높아진 진입 장벽을 어떻게 완만하게 할 것인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편집자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혹시  이런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는 건의사항이 있다면 가감 없이 인사이트로 의견을 보내주세요. 혹시 모르죠.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오래 사랑 받을 책을 탄생시킬지도요.

가장 재밌는 작업은 어떤 것이었는지?

『린 스타트업』이란 책을 만들면서 공역자(라고 쓰고 ‘보조 역자’라고 읽는다)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편집자 모드와 번역자 모드를 오가며 일했는데 신선한 체험이었습니다. 또 주 역자 분의 회사가 린 스타트업 방법론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었는데 책의 내용이 현실에서 실천되는 것을 목격한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편집자는 책을 만들면서 이 좋은 내용이 실무에도 적용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데요. 그 과정을 직접 목격했다니 정말 귀한 경험을 하신 것 같습니다. 혹시 『린 스타트업』을 읽고 실무에 적용한 사례가 또 있다면 이 사례들을 모아 한국의 린 스타트업에 대한 책으로 엮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고 투고는 이쪽으로…)

 참, 『린 스타트업』의 역자인 이창수 님은 여러 가지 앱을 만드시다가 게임 데이터 분석으로 린스타트업에서 얘기하는 피봇(방향전환)을 하셨다고 합니다. 성공적으로 탈출하고 피봇 아이디어를 내면서 그 회사의 CEO가 되셨다고 하니 옮기신 책의 주제를 직접 삶에 끌어들이신 좋은 사례가 되겠군요. +ㅁ+

앞으로 만들고 싶은 책은? 꼭 한번 다뤄보고 싶은 주제는?

만들고 싶다기보다는 앞으로 책을 쓰려고 하는 미래의 저자 분들이 이뤄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는데요. 『피플웨어』나 『맨먼스 미신』처럼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는 내용의 책이 국내 집필서로 언젠가는 한 권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바래지 않는 통찰력이 담긴 책을 쓴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깊이 있는 시야를 지닌 편집자와 머리를 맞대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오래도록 독자들이 찾는 스테디셀러 중에는 저자가 혼자 썼다기보다 편집자와 생각을 주고 받으며 탄생한 책이 꽤 있지요. 조금씩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차곡차곡 쌓고 계시다면… (원고 투고는 이쪽으로…2)

이제 송우일 편집자의 책상을 탐험해 볼까요? (경고: 너무 많은 아이템을 바라진 마세요.)

튼튼해 보이는 노트북. 왠지 탐이 납니다.

인사이트 내부에서 유일하게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 중.

깔끔한 검은색 시계와 폴더형 손전화. 왠지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요것은 요즘 작업 중인 책인가 봅니다. 무슨 책일까요?

살짝 공개~  곧 출간될『User Story Mapping』기대해 주세요. ^ ^

+ 요즘 읽는 책

동사의 맛

한국어 공부는 평생 해야 함을 일깨워 준 책(잘 모르거나 알쏭달쏭한 동사가 왜 그리 많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