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에 나온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가 예상을 뒤엎고(?) 예스24 올해의 베스트 24위에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 편집이 한창일 무렵이 떠오르더군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컨셉잡기(쥐 잡아 보셨습니까? 쥐잡기와 비슷합니다요)로 귀차니즘에 찌들어 ‘경쟁력 없는 장식물’이 되버린 머리에 은총알 하나 콱 박아줄 만한 것이 없을까 좌충우돌, 고군분투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술잔도 많이 기울였죠. 첫잔을 비울 때는 “상상력이 경쟁력이다, 상상력에 권력을!”이라고 한껏 호기를 부리며 들뜬 기분에 뭔가를 이룬 듯하였지만, 뭐 술기운을 빌어 하는 것들이 늘 그렇듯, 결국은 흐지부지 아이디어는 커녕 빈, 아니 취해 맹~한 머리로 돌아가기 일쑤였죠.

광고컨셉을 잡아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컨셉이 제대로 잡혀야 카피도 잘 떠지고 이후 마케팅 기획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죠. 그런데 이런~~! 제안한 컨셉 족족 보류도 아니고 ‘거부(reject)’가 날라오고, 마감시한은 닥쳐오면… 골치 아파지죠.

결국 마감에 치어 마침내 이성까지 내팽개치고는, ‘스티브잡스를 질투하라! 창조적 자본주의가 다 뭐냐? 빌게이츠를 시기하라!’ 뭐, 이런 ‘유치찬란치사뽕짝’스런 객기를 부리기를 거듭하며 헤롱대다가 생각해낸 게 겨우,

“까잇거~ 컨셉은 ‘어려운 상황일 때일수록 열심히 자신을 관리하자’ 정도로 밀고 나가고 컨셉 디테일을 위해 원서 표지를 한번 패러디 해보자” 였습니다.

그러고는 요구르트 하나를 미끼로 친절한(?) 너굴씨를 꼬드겼죠. 그때 찍은 그 사진이 이겁니다.(여러 장 있지만 다른 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의 것들이어서,,, 그나마 공개할 수 있는 게 이거 정도랍니다.)

-촬영대상; 두루

-촬영기사; 너굴

-촬영협조; 써니(실지로 한 게 거의 없음ㅋ)

-촬영컨셉: 최대한 안타깝게, 안 생긴(?) 얼굴을 들이댐, 무척 피곤해 하면서도 뭔가를 갈구하는 듯한 표정, 뭔가 억울하게 당했지만 욜씸히 살아보겠다는 느낌이 들도록,,,등등등

근데, 작금에 벌어지는 경제 상황을 보니 상상력을 뽐뿌질해보자고 장난치듯 한 행위가, 무슨 디오니소스 축제를 재현하겠다는 난장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그 무슨 아방가르드 퍼포먼스도 아닌 것이, 무척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랍니까!일생 살며서 그 흔한 ‘번데기 뽑기’ 한 번 된 적이 없는 인생 별 볼 일 없는 “꽝!”인 신센데, 안 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이거 장난 좀 했다고 일 년도 안 되어 바로 ‘현실’이 되어 버릴 수 있다니 말입니다. ㅠ

뭐, 그렇다고 전지전능하시며 그 사랑의 크기가 하늘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으신 ‘우리 싸장님’께서 저를 긍휼히 여기사, 저렇게 매몰차게 쫓아내실리는 만무하겠지만 말입니다…그렇죠? 싸장님?..(두 손 애절히 모아 비굴한 표정으로^^..),,,

IMF 치하에서 식민지를 겪듯 숨죽여 지낸 게(내 기억에 또렸한 걸 보니) 얼마 되지도 않은 거 같은데, 다시 그 난리를 치뤄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요.

아무리 세계자본주의의 갈 때까지 간 산출물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서 불난 데 기름 붓고 있다고는 하지만, 생각만해도 너무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하기사 2MB야 뭔 잘못이 있겠습니까…뭘 잘 모르면서 용감하다는 거 빼고…뺄 게 더 있지만 여기까지..)

벌써 12월입니다. 우리 독자님들은 이 겨울을 어떻게 넘기시는지 궁금해지는군요. 당연히 다양한 계획이 있으실거라 생각됩니다만, 여러가지 중에서도, 요즘 미네르바옹께서 거품 물고 설파하시듯, “학습하라! 학습하라 그리고 학습하라!”를 더욱 실천하실꺼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왕하시는 거 프랑스 혁명을 성공시킨 배불뚝이 당똥의 슬로건처럼, “과감하게! 과감하게, 더욱 과감하게!” ,,,,,하시길 빕니다. 그러셔야 제가 저 북풍한설의 길바닥에 내쫓겨 저렇게 널부러진 모습으로 “WILL EDIT, FOR FOOD” 하는 몹쓸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 되걸랑요.^^

사설이 길었습니다.

이 겨울 건강 잘 챙기시고, 겨울 자~알 보내세요~~공부도 많이 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