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자마자 책상에 버려지듯 툭 던져진 원고 뭉치가 있었습니다.

FLAWLESS CONSULTING!” 흠없이 완벽한 컨설팅?

순간 두 가지 생각이 귓전을 스치더군요. 컴퓨터 전문서적 출판사가 웬 경제경영 쪽 원고? 더구나 무슨 컨설팅? 이게 화학적으로 완전 반응이 되나? 이거 외도 아냐?

그때까지 저에게 컨설턴트는 과학적 지식과 세속적 욕망이 한데 어우러져 일그러진 카오스의 모습이었지요.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똑소리 나는 달변가, 외모 또한 날이 선 듯한 섬뜩하리만큼 말끔한 모습, 더더구나 내가 일 년 내내 벌어도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액수를 하룻밤에 손에 쥔다는 살 떨리는 돈벌이…

그런데, 그런 그들이 무한질주의 욕을 들어먹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식과 욕망이 짬뽕이 되어서 말 그대로 카오스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컨설턴트구나하고 생각해왔었죠.

물론 이제와 생각해보면 인과관계나 보편/특수성을 무시한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터득한 부질없는 망상이었지만, 하튼 이 원고를 받아 볼 때까진 제 수준이 그 정도였다는 겁니다.

그러니, 첫 장 세 컷짜리 만평에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인간들이 컨설팅한다고 난리다!”(만평 멘트가 아니라 그 만평을 보고 느낀 것입니다.) 라는 컷을 보고 “야~ 이거 재밌겠는걸…”하고 덥석 받아 안은 거죠.

한마디로 “니들이 컨설팅을 알어?” 뭐 이런 뉘앙스로 다가오는 것이 저자의 내공이 확 아우라로 느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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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안 지나 인사이트에서 ‘컨설팅의 비밀’이라는 책을 이미 발간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이 외도는 이미 오래 전에 시작한 진행형이구만…이거 이 정도면 불륜이라고 해야 하나?^^”사실 외도나 불륜이란 단어를 ‘상실된 인간성 회복(?) 과정에서 우연히 끼어든 아슬아슬한 사고(accident)’ 정도로, 평소에 제 동거인에게 메아리 없는 투정을 하고 있었던 터라 인사이트의 눈물겨운 노력(?)을 문턱 없이 받아들일 수가 있었지요.

지금은 더 나아가서 행동대장 비스무리한 지경에 이르게 된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ㅠㅠ

이 책의 내용을 짧게 요약하면 “진정성에 기반해 고객의 참여를 중심으로 완벽한 컨설팅을 지향한다.” 정도가 될 듯한데, 물론 저희 사장님은 맘에 안 들어 하시겠지만.ㅋㅋ, 제가 임의대로 다시 한마디로 줄이면, “컨설팅, 네(ㅅ4)가지 있게 하라!!!” 정도가 아닐지..^^,,,
이러 저러한 인간군상들 속에서 이 ‘ㅅ사가지 결핍증환자’가 자주 눈에 뜨이는 것이 이제는 패턴이 되어버렸죠. 이런 현실은 대단한 관찰력이나 번득이는 상상력이 없어도 걍~~ 알게 되지요.

이런 점에서 저자 피터블록은 전략, 경영기술/기법, 전문성만으로는 컨설팅 성공은 힘들다고 주장하며 인간관계의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이 ‘ㅅ사가지'(정직한 진정성)를 가질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저자의 풍부한 경험으로부터 실질적인 고객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단계별 실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고요.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된 ‘김수현 표 불륜&외도 포지셔닝’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준표를 떠나는 화영이 “실망해서가 아니라 허망해서”라고 말했다죠. 눈물나게 화려한 멘트더군요.

하여, 이 책의 추천사를 써주신 inuit님의 확 깨는 표현대로 ‘세상의 인간이 두 부류 – 컨설팅 하는 사람과 컨설팅 받는 사람’이라면 비록 비즈니스라 하더라도 관계맺기에 실망하지 않고 더더구나 허망하게 끝내지 않기 위해서 한번쯤 일독할 것을 권합니다.

(아, 이거 대낮에 그것도 공식적으로 삐끼맨이 된 듯하네요,,, 아~낯 뜨거워라…화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