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 뭘 집을지 알 수 없거든.”
— 〈포레스트 검프〉 중
소프트웨어 산업 초창기에 이 분야에 뛰어든 사람들은 어떤 맛의 초콜릿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자를 받아 든 사람들과 비슷했을 겁니다.(오늘날이라고 소프트웨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라는 환경이 해소되었을 리는 없으니 자신이 집어 든 초콜릿이 쓴맛인지, 단맛인지 알쏭달쏭하기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각자 구체적인 상황은 달랐겠지만 누군가가 걸어간 자취가 있는지 없는지도 불분명한 허허벌판에 발을 내딛은 사람들에 의해 오늘날 소프트웨어 세상이 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의 지은이 짐 하이스미스는 60년 가까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일하다 지난 2021년 76세의 나이로 은퇴한 노장입니다.(우연의 일치로 한국에서도 같은 해 만 60세 정년퇴직한 개발자의 이야기가 소개된 적이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확인한 기사에 따르면 2023년 재취업 후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하이스미스는 개발 방법론 발흥기에 여러 방법론을 섭렵했고 2001년 「애자일 선언」 공저자로 참여했으며 애자일 얼라이언스 창립 멤버를 비롯해 지난 30년간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커뮤니티의 리더로 활동한, 방법론 발전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손주들에 대한 마음이 각별했던 하이스미스는 은퇴 후 손주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가족을 위한 회고록을 쓰기로 합니다. 준비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경력이 60년 동안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엄청난 변화와 궤를 같이하며 그 역사에 한몫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 선구자들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거기에 동료들의 ‘강권’까지 더해져 나온 결과물이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만나다》입니다.
하이스미스는 1960년대만 해도 임기응변식으로 코드를 끼적이던 소프트웨어 산업이 어떻게 해서 다양한 방법, 방법론, 도구가 쇄도하는 모습으로 변화했는지 탐구하면서 각 시대마다 개인적인 이야기와 시대적 맥락을 엮어 방법, 방법론, 사고방식의 변화와 연속성을 조명합니다.
하이스미스가 긴 세월을 돌아보는 이유는 특정 방법론을 선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것 너머의 교훈을 끌어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소프트웨어가 각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해 왔고 그에 따라 방법론이 진화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하드웨어 같은 기술이나 사회 환경과 상호 작용했음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비하려면 단순히 동시대에 유행하는 기법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펼쳐졌던 지난한 노력을 살펴보며 통찰을 끌어내고 사고방식을 확장해야 함을 역설합니다. ‘단속 평형(punctuated equilibrium)과 같은 현 시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적응력을 갖추기 위해서 말이죠.
소프트웨어 세상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배우고 미래를 탐색하고 개척하는 데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