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AI가 큰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입니다. 이세돌 9단이 5번의 대국 중 1번을 이긴 것을 ‘인류의 승리’로 평가할 정도로 알파고의 실력은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이미 도래한 게 아니냐고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는 정말 많습니다. <터미네이터>에서는 AI 컴퓨터인 스카이넷이 인간을 넘어설 것을 두려워해 인간들이 자신을 정지시키려 하자 역으로 인간을 적으로 판단하고 핵미사일을 발사합니다. 컴퓨터는 정말 스스로 인간을 ‘적’으로 판단하고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의 저자인 J. 클라크 스코트는 ‘어림도 없는 얘기’라고 단언합니다. 사실 컴퓨터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이 시킨 단순한 작업을 연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그렇다면 컴퓨터는 어떻게 단순 작업을 반복해서 복잡한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걸까요?
《그래서 컴퓨터는 어떻게 동작하나요?》는 그 순서를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이 책의 목표는 컴퓨터를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실제 부품을 조립하는 게 아니라 다이어그램을 그려가면서요. 컴퓨터를 만들 때 필요한 단 하나의 부품은 바로 논리 게이트입니다. 논리 게이트는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 원리를 발전시켜서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논리 게이트를 여러 방법으로 변형하고 점점 더 많이 연결합니다. 저자는 이 과정을 다이어그램으로 하나하나 설명해줍니다. 책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점점 컴퓨터가 완성되어 갑니다. 컴퓨터 본체 속 램과 CPU도 논리 게이트와 변형된 논리 게이트를 엄청나게 많이 연결해서 만든 것입니다.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블랙박스 같던 컴퓨터의 동작 원리가 무엇인지 파악하게 됩니다.
즉 분기 예측이니, 파이프라이닝이니 하는 아키텍처 용어를 걷어 내고 보면 컴퓨터란 게 실은 논리 게이트를 수없이 연결하고 전기의 엄청난 속도를 이용해 복잡한 일을 단순한 작업으로 쪼개 반복 수행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지은이는 이야기합니다. 심오해 보이는 코드라는 것도 결국 인간이 컴퓨터한테 일을 시키려고 만든 자의적인 기호체계일 뿐이죠.
| 컴퓨터를 만들 때 필요한 유일한 부품인 논리 게이트
이 책을 따라 원시적인 컴퓨터를 만들고 단순한 코드 체계를 구현해 기초적인 컴퓨팅 작업을 하다 보면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이란 것이 생각만큼 복잡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원시적인 컴퓨터와 코드로도 예상 외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현실 세계는 실제로 더 복잡하겠지만 단순하면서도 좋은 모형으로 무언가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은 좋은 출발점입니다.
저자는 주변 사람들이 컴퓨터를 막연히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 책을 집필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저자의 결론은 간단합니다. “컴퓨터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할 뿐입니다.” 《그래서 컴퓨터는 어떻게 동작하나요?》는 하드웨어와 코딩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안내서입니다.
《그래서 컴퓨터는 어떻게 동작하나요?》는 다음 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