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대기업은 한때 나름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거친 경쟁을 뚫고 살아남아 그 자리에 오른 것이죠. 그런데 그와 같은 대기업에서 지난 시절 스타트업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일하고 싶지 않고 그 기업 제품을 사고 싶지 않으며 투자하고 싶지 않은 낡은 기업’으로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자주 되풀이되는 패턴이지만 스타트업이 이른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고 성공 궤도에 들어서면 단지 매출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회사 규모도 커집니다. 그에 따라 여러 제도 또는 시스템이 도입되는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관료주의가 생기고 사내 정치가 ‘꽃피는’ 등 여러 부작용을 겪게 된다는 점입니다. 굳어 버린 혈관에 피가 원활히 돌지 않듯 회사에 돌던 혁신의 기운은 어느새 생기를 잃게 됩니다. 이는 적지 않은 기업들이 고민하는 현실입니다.
‘린 스타트업’ 방법론의 창시자이자 ‘스타트업을 위한 바이블’이란 평을 들은 동명의 책 『린 스타트업』의 지은이 에릭 리스는 책 출간 이후 자문 등 다양하고 왕성한 활동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이를 돌파해 살아남아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이 스타트업에만 주어진 도전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기존 대기업을 비롯해 정부 기관, 비정부 기구 등에도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그 결과로 『린 스타트업』의 후속작인 『스타트업처럼 혁신하라』(원제 『The Startup Way』)를 집필하게 됩니다.
대기업처럼 되고 싶지는 않지만 성장하고 싶고 몸집을 줄이고 싶지는 않지만 스타트업처럼 기민해지고 싶은, 서로 충돌하는 바람을 풀어 나갈 해법으로 에릭 리스는 이 책에서 스타트업 방식과 창업가 정신, 창업가적 경영 기법을 제시합니다. 물론 전작 『린 스타트업』에서 그랬던 것처럼 단지 이론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참여한 자문 활동과 취재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 실천 가능성을 보여 줍니다.
에릭 리스는 오늘날 많은 조직(대기업, 정부, NGO)에서 잃어버린 역량이 바로 ‘창업가 정신’이라고 진단합니다. 또한 창업가적 자질을 지닌 인재를 발굴, 육성하고 그런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사내 스타트업 조직을 구성해 실질적인 스타트업 방식과 창업가적 경영 기법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단계별로 구축, 조직에 뿌리 내리게 할 수 있는 전략 역시 제시합니다.
많은 주목을 받고 큰 성장을 이뤘던 드롭박스 등의 회사가 정체될 뻔한 위험에 처했다가 사내 창업가와 사내 스타트업 조직을 구성해 ‘두 번째 창업’을 이뤄 낸 사례와, 경영과는 관계없어 보이는 미 행정부의 여러 부서와 NGO에서 린 스타트업 방법론 등을 응용해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고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사례는 많은 영감을 줍니다.
지은이는 단순히 남의 미담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작 『린 스타트업』에서 최소 요건 제품, 방향 전환/고수, 만들기-측정-학습 등의 기법을 제시했듯이 사내 스타트업을 사내 정치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건전한 재정 운영을 할 수 있는 기법인 혁신 회계, 성장 위원회, 계량 방식 펀딩 등의 실천법 역시 제시하고 있습니다.
쇠락을 근심하며 기존 시스템의 관성으로 움직이는 회사가 아니라 일신우일신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변화를 이어 가는 조직을 가꿔 가는 데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투 모어 씽(?)

『스타트업처럼 혁신하라』는 다음 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Yes24 | 교보문고 | 알라딘 | 인터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