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편집자를 만나다

(1) 조감자 편집자

조감자 편집자 등장! 『마이크로 인터랙션』과 『자바 성능 튜닝 이야기』 등의 책을 매만진 편집자입니다. 인터뷰를 시작해볼까요?

인사이트 면접 당시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면접하는 중에 생긴 일은 아니지만.. 나중에 듣고 한동안 자기 전에 이불을 발로 찼던, 매우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있어요. 질문을 보자마자 떠오르는 걸 보니 아직도 이불킥 시전할 일인 것 같네요! 면접이 끝나고 로봇처럼 계단을 내려온 다음, 회사 건물 아래에서 구두를 갈아신었어요. 평소에 구두를 즐겨 신지 않아서 잠시였는데도 불편했거든요. 그런데 그 모양새를 회사 분이 보셨나보더라고요! 입사한지 한~참 후에, 부장님께서 담배 피우러 나가셨다 들어오시면서 ‘밑에서 신발 갈아신는다’고 했다는 얘길 들었어요! 뭔가 부끄럽더라고요 ‘-‘ 숨어서 갈아신을 걸 뒤늦은 후회를 했지요..ㅎㅎ 첫날이었어서 더 민망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조신은 개나줘)

앗,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 일이! 저도 인사이트에 면접 보러 올 때 평소에는 신발장에 처박아 놓는 구두를 신고 왔었지요. 면접 끝나고 건물 1층에서 납작한 신발로 갈아시는 장면을 포착당했지요. 인사이트에 다니면서 워낙 편한 차림으로 출퇴근하다보니 그때 생각을 하면 허무해지기도 합니다. 구두를 신는 게 면접에 하나도 영향을 안 끼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요. 인사이트의 근무 복장은 ‘너무’ 편해서 면접 이후로 우리는 서로의 구두 신은 모습을 볼 기회가 없었지요.

주로 편집한 도서와 가장 기억에 남는 도서 한 권을 꼽는다면?
경험이 부족한 편집자 손에 들어온 탓에 오래오래 고생시키고 세상에 내보낸 원고, 『자바스크립트 테스트와 디버깅』이요. 지금도 편집자로서 갈 길이 멀고 멀었지만, 훨씬 어리버리했던 시절에 맡은 첫! 집필서였어요. 때로는 시야를 넓게, 때로는 좁게 보면서 책을 다양한 각도로 들여다 보는 게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고, 만드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책이 짠~하고 나왔을 때는 ‘드디어 나왔구나~’하는 후련함과 ‘이제야 나오다니!’하는 미안함이 교차했어요.

역시 편집자에게 처음 맡은 책은 기억에 오래 남게 마련이지요.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기도 하고요. 어쩌면 편집자는 항상 첫 책을 기준 삼아 그 다음, 다음 책을 만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가장 고민인 부분은 무엇일까요?

지금은 번역서 위주로 진행하고 있지만, 조금씩 집필서 기획에 참여하려고 노력중인데요. 기획에서 끝나지 않고 책으로 완성시키는 게 쉽지 않음을 매번 느끼고 있습니다. 저자를 만나 책의 구성과 방향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원고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책의 꼴로 만드는 호흡이 긴 작업을 제대로 준비하고, 관리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게 가장 고민입니다.

번역서는 이미 만들어진 포맷이 존재하지만 집필서는 글을 바로 책의 형태로 만드는 것이라서 확실히 만들어내기까지 더 많은 공력이 들어가는 듯해요. 책으로 만들어졌을 때의 모습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하죠. 그래도 제가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좋은 집필서를 만드는 편집자의 면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감자 편집자와 함께 책을 만들어보고 싶은 저자분이 있다면 인사이트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가장 재밌는 작업은 어떤 것이었는지?
‘안녕 미디어아트’ 오프라인 행사가 생각납니다~ 입사하고 오프라인 세미나를 진행한 적이 처음이였어요. 의욕적으로 여러 세미나를 참고해서 꼼꼼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정신없이 세미나를 열었던 것 같습니다. 미흡했던 부분이 많았지만 행사에 오신 분들이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들면서 즐거워하시는 걸 보니 저도 재밌었고, 뿌듯함도 느꼈어요! 기회가 있다면, 다음에도 저자 또는 역자와 독자가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세미나는 확실히 책을 만든는 일과는 전혀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지요. 조감자 편집자를 보면 근본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조감자 편집자의 세미나 프로젝트를 응원합니닷!

앞으로 만들고 싶은 책은?
인사이트에서는 IT 기술 중심의 책을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빠르게 읽고, 기술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요. 글을 보는 실력도 꾸준히 쌓고, 기획력을 잘 길러서 인사이트의 책이 쌓아온 이미지(책에 대한 신뢰!)에 트렌디함을 더하는 책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오래 가는 깊은 지식이 담긴 책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정보를 빨리 제공할 줄 아는 것도 앞으로 제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편집자의 책상 엿보기

 깔끔함 속에 아기자기함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조감자 편집자의 책상.

곰돌이 푸우 입체 마그넷이 탐나네요. 레고 머리통(?) 피규어에서 책상 주인의 범상치 않은 취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같이 변신해주는 텀블러. 올해 여름엔 핑크색 투명 텀블러로군요.

 

 앗, 맨 왼쪽 하얀 조각품(?) 같은 것은 『손에 잡히는 프로세싱』과 『재잘재잘 피지컬 컴퓨팅 DIY』의 옮긴이 황주선 님께서 직접 3D 프린터로 뽑아서 선물해주셨다고 하네요. IT 전문서 편집자만이 받을 수 있는 선물 아닐까요? 후후-

작년에 파리로 여행을 가서 파란만장한(?) 추억을 남기고 온 그녀,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고 해요. 올해도 어딘가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듯합니다.

깍두기 질문, 요즘 읽는 책과 한줄평?

파리에서 달까지‘(즐거운상상, 2008).

뉴요커가 파리에서 생활하며 겪은 일을 기록한 단상. 여행자와 실생활자 중간 쯤에서 부딪치며 관찰한 파리가 담겨 있어서 흥미로워요. 천천히 읽는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