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매순간 쏟아지고, 쏟아지는 만큼 쌓여 갑니다. 빅데이터 속에서 의미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전달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요즘에는 단연 ‘인포그래픽’이라는 수단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 듯합니다. ‘빅데이터’와  ‘소셜네트워크’ 사이에서 특정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많은 기업과 매체가 인포그래픽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포그래픽이란 도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왔습니다. 특히 서구에서는 인포그래픽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어 왔고 역사 속에서 의미 있는 인포그래픽 작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비주얼 스토리텔링의 힘』에서 ‘인포그래픽의 간략한 역사’ 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정보디자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초기 동굴벽화에서부터 오늘날 데이터 시각화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정보 전달을 위해 그림 묘사를 활용해 왔다. 그 효과는 빅토리아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림 1.1은 크림전쟁 당시 영국군의 사망 원인을 보여주기 위해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제작한 인포그래픽이다. 이 인포그래픽은 군인의 건강과 위생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침묵하던 의회에 제출되었고, 그 결과 질병 확산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위에 보이는 인포그래픽이 바로 나이팅게일이 제작한 인포그래픽입니다. 저도 이 책을 통해 나이팅게일이 인포그래픽을 제작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역시 위인은 괜히 위인이 아닌가 보다 하고 느낄 정도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인포그래픽이라는 도구를 사용한 행동과 인포그래픽의 내용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에는 컴퓨터 그래픽 도구 없이 제작되었으니 인포그래픽 작품 한 점, 한 점에 얼마나 많은 공이 들어갔을지 상상이 되시나요?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래픽 제작 도구를 접할 수 있고, 웹에서 공유할 통로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이론과 사례를 축적하며 발전해온 나라들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급작스럽게 인포그래픽이 부상한 느낌이 큽니다.

정확하게 인포그래픽이라 부를 수 있는 건 무엇인지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채, 어떤 정보든지 인포그래픽으로 만들면 전달력이 좋아진다라는 맹목적인 시각도 생겨나는 듯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잘 만들어진, 좋은 인포그래픽이 무엇인지 독자도 제작자도 헤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또 무리하게 인포그래픽에 맞추는 과정에서 정보를 왜곡하는 일도 종종 있는 듯합니다.

이럴 때 인포그래픽 분야에서 먼저 경험을 쌓은 이들에게서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을 취하여 더욱 발전하는 길을 가는 건 어떨지요. 이 책은 국내에서도 해외 인포그래픽 사례로 많이 참고하는 ‘칼럼파이브’의 설립자 3명이 공동 집필한 책입니다. 위에 인용한 것처럼 인포그래픽의 역사부터 개념과 접근 방법을 세세하게 풀어냈습니다. 수백이 넘는 클라이언트와 함께 작업하면서 쌓인 풍부한 예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특히 이 책에서는 인포그래픽을 제대로 평가하여 그 역할을 다하는 인포그래픽이 제작될 수 있도록 비평적 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보기 좋은 디자인, 간략한 정보 전달, 재밌는 스토리, 세심한 자료 구성 등등 다양한 평가 기준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당 인포그래픽의 목적을 달성했는가’라고 쓰고 있습니다.  나의 목적에 맞게 인포그래픽의 특성을 살려 독자에게 전달해야 ‘유효한’ 인포그래픽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인포그래픽은 ‘총체적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를 찾아내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정보를 분석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분석한 정보를 스토리로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스토리를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정교하게 계획된 단계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인포그래픽이 완성될 수 있다.

이 책은 단지 인포그래픽을 디자인하기 위한 방법론에 국한되기보다는 인포그래픽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발전시킨 측면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와 아울러 결과물의 질과 효용성을 분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 주고자 기획되었다. 그런가 하면 인포그래픽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빠짐 없이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결코 인포그래픽의 기교를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다. 기본을 충실히 다져주는 책이다.

– 장성환, 임경화

나윤희 님께서 옮긴이의 글에서 소개한 사례도 인포그래픽을 제작할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기본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더군요. 나윤희 님이 직접 겪은 사례여서 그런지 더 잘 와닿는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보육원에는 40명의 중고등학생이 생활하고 있었으니, 총 240만 원의 예산이 필요했습니다. 모임 구성원이 모두 감당하기에는 예산이 생각보다 큰 관계로 SNS를 이용한 모금을 통해 부족한 부분은 십시일반 모으기로 했습니다. 기부 금액은 따로 정하지 않고 금액이 크든 작든 후원 계좌로 보내주시는 금액을 일과 주 단위로 빠짐없이 SNS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기부자 명단과 기부액 그리고 현재까지의 모금액 역시 공개해 진행 상황도 함께 알렸습니다. 당시 이런 형태의 모금은 처음으로 해 보는 것이어서 더욱 효과적으로 홍보해 보다 많은 이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무언가가 더 필요했습니다. 고민하다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바로 간단한 인포그래픽을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저는 얼른 모금액 모아 전달한 흰 봉투를 하나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흰 봉투 뒷면에 선물을 받을 40명을 의미하는 40개의 정사각형 칸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칸 안에 ‘그날의 모금액’으로 살 수 있는 수량만큼 다양한 디자인의 점퍼를 손으로 그려 넣었습니다. ‘모금액’이라는 피상적인 숫자보다 그 모금액으로 현재 살 수 있는 ‘점퍼의 수’를 보다 직관적으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인포그래픽은 <수작업 실시간 모금 현황>이란 제목을 붙이고 매일 사진을 찍어 SNS에 즉시 공유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사진 공유 전문 SNS로까지 모금 활동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숫자와 텍스트로만 전달하는 정보가 아닌, 서툴지만 정감 있는 손 그림으로 전달하는 정보여서 그랬는지, 많은 분이 크게 흥미를 느끼고 모금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셨습니다. 물론, 목표 금액도 무사히 달성했습니다.

  이 사례는 복잡하고 현란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인포그래픽이 우리 실제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의미 있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에 머물지 않고 흥미로운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담은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구체적인 목표 행동까지 이끌어낸 인포그래픽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물론 인포그래픽을 이용해 비즈니스를 널리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법을 담고 있지만 튼튼한 기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말이 책 전체에 깔려 있습니다. 이 책으로 기본 뿌리와 기둥을 세운다면 분명 각 회사에 맞는 인포그래픽 활용법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책의 맨 뒤에는 참고할 만한 사이트를 정리한 페이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하는 정보이기에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반영한 페이지가 있으면 좋겠지요. 이 점을 미리 파악하고 감수를 맡아주신 한운희 님께서 최신 상태로 유지되는 링크 페이지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방문 주기와 분류도 적어놓았기 때문에 매우 유용할 듯합니다. 자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

이 책을 통해  ‘유효한’ 인포그래픽이 많이 제작되어 더욱 깊이있게 사람들과 소통하는 인포그래픽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예약 링크>

YES24 | 교보문고 | 인터파크 | 알라딘

정오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