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Bill Buxton
역자: 고태호, 유지선
나는 소망한다. 항상 꿈꾸는 우리가 되기를…               마지막 글에서
하루가 다르게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옵니다. 저마다 멋진 광고 카피와 문구로 치장하고 말이죠. 사용자의 삶을 더욱 편하게 해주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도 합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끈다고 떠들어 댑니다. 하지만 정작 살아남는 제품은 많지 않다는 걸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우린 금방 압니다. 약속을 지키는 제품도 거의 없다는 것도요. 왜 그럴까요? 제품의 개발과정에서 기술에만 너무 지나치게 집착하는 건 아닐까요? 사용자 경험이 충실히 살아 있는 우아한 디자인의 상실 혹은 부재 때문은 아닐까요?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시선은 이미 오래된 시점입니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추어볼 때 우리의 디자인은 아직도 과거를 살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다가오는 미래의 디자인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할 거라고 합니다. 미래의 디자인은 전통적인 디자인과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들 합니다. 그에 맞는 디자인 방식을 찾느라고 분주합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디자인 방식을 모두 버릴 필요가 있을까요? 과거의 것이라도 새로운 기술을 더하고 배우고 익힌 능력을 보태, 더욱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무어라도 중요한 건 디자인이 바람직해야 한다는 것일 겝니다. 디자인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고 인간의 감성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겠죠. 디자인이 그럴려면 접근하는 방식도 그래야 합은 불문가지죠. 사용자경험이 개발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융화되려면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스케치 기법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새로운 기술과 만나 이런 디자인으로 탈바꿈하는 데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여기서 중요하게 집고 넘어가야 하는 게 있습니다. 사회와 문화에 좋은 가치를 부여하고 공동체에 공헌하는 디자인을 찾고 만들어내는 일 말입니다. 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디자인과 이노베이션이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사회, 문화, 현존하는 생태계를 생각하지 않고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다. 이노베이터라면 이런 문제를 자신의 DNA에 새겨 넣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혁신으로 가는 길은 환하게 밝을 것이다.

『사용자 경험 스케치sketching user experience』에 이 모든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훌륭한 제품을 디자인하는 바른 방식 말입니다. 그리고 디자인과 디자인적 사고를 깊이 있게 하는 것 말입니다. 저자의 다양한 경험과 풍부한 통찰 그리고 깊은 학문적 성찰이 넘쳐납니다. 멋진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자극도 합니다. 새로운 기술로 멋진 사용자경험을 설계할 수 있게 합니다. 디자이너는 물론 디자인 과정에 함께 참여해야 하는 모든 이에게 아주 유익합니다. 디자이너와 사용성 전문가, HCI 전문가, 프로젝트 관리자, 경영진 모두에게 말이죠.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스케치와 초기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디자인 방법론을 소개한다. 인터랙티브 제품을 디자인할 때 필수적인 방법론이다. 다른 기계와 직접 소통하는 핸드폰이나 스스로 생각하는 가전제품 등 상상만 하던 제품을 풍성하게 디자인한다.

여러 스케치 방법론을 알아본다. 경험 프로토타입을 쉽게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정교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지 않고도 사용자경험 디자인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는 물론 산업 디자이너, 소프트웨어 개발자, 사용성 전문가, 프로젝트 관리자 등 누구나 참고할 수 있다.

다수의 케이스 스터디와 예시, 연습,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디자인 문제에서 제기되는 중요한 원칙과 방법을 설명한다. 직접 감상할 수 있는 동영상도 있다.

마지막으로 번역하시느라 무척 고생하신 고태호, 유지선 님의 글 올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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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매달 초에는 항상 즐거운 고정 행사가 있었다. 지난달 달력을 주욱 찢어내는 일이다. 마루바닥에 커다란 달력 종이를 엎어놓고 연필로 이것저것 그려대곤 했다. 구석에 조용히 괴어 있는 바위 같은 것을 그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선과 도형이 한데 엉켜 지구를 지키는 로봇이 되기도 하고, 공주를 구하러 가는 용사가 되기도 했다. 낙서는 항상 움직이고 역동적인 것이었다. 사용자 경험의 스케치도 마찬가지다. 사용자 인터랙션은 시간에 따른 행동의 변화를 다룬다. 책상에 앉아 정지된 인터페이스 화면 두어 장을 그리는 것이 과연 진정한 UX 디자인이라 할 수 있을까? UX 디자이너에게 있어 스케치란 과연 무엇일까?
사용자 경험 스케치에서 저자 빌 벅스턴은 야생에 뛰어드는 것이 사용자 경험 스케치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디자인의 실제 상황 속으로 뛰어들어 사용자를 직접 만나고 관찰할 때 진정한 UX 디자인이 시작되는 셈이다. 사용자 경험을 고려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UX라는 말만 유행처럼 번지면서 제대로 된 방법론은 도입하지 않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저자는 “UX 디자인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속 시원하게 꼬집는다. 디자인 중간 작업물을 개인의 예술 작품처럼 여기면서 공유를 꺼려하는 디자이너의 어리석은 태도에도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이미 인터랙션 분야에 충분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에게도 새롭게 생각할 만한 주제를 던져준다. 일례로 저자는 ‘미래’라는 말이 복수형으로 쓰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미래는 결코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여러 ‘미래들’이 가능하다. 저자는 다시 말한다. 깨어서도 꿈을 꾸자고. 1부의 제목 ‘꿈을 쫓는 디자인’이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많은 미래를 꿈꾸고 그려내는 것이 스케치라면, 그 가운데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 디자인의 최종적인 목표일 것이다.
책의 2부에서는 전문적인 UX 디자이너가 숙지해야 할 유용한 방법론을 소개한다. 평범한 학생 작품부터 저명한 디자이너의 기념비적인 프로젝트까지 무척이나 다양한 실무 사례가 담겨 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얼마나 ‘별난’ 미래들을 꿈꿔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기발한 방법으로 실현해나갔는지 현학적 말투로 설명하기보다는 디자이너의 생생한 ‘경험담’으로 들려준다. 경험을 디자인하는 과정 그 자체가 바로 흥미로운 경험인 셈이다.
빌 벅스턴은 상당히 예술적인 관점에서 UX 디자인의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공학 분야에 깊은 조예가 있어, 이를 바탕으로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HCI, Human-Computer Interaction분야에 ‘피츠의 법칙’을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멀티터치 기술로 유명한 퍼셉티브 픽셀Perceptive Pixel의 제프 한Jeff Han은 빌 벅스턴이 70년대 후반에 소개한 터치 인식 인터페이스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 책은 기술적으로 깊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디자인 측면에서도 날카로운 눈을 유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접근법을 제시한다. 동시에 이 책은 UX의 대가가 들려주는 한 편의 즐거운 수다이기도 하다.
사용자 경험 스케치와 함께 전문적인 UX 분야에 한 걸음 더 다가서 보자. 사용자 경험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한다.
이 책은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강컴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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