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ack. 그리 익숙치는 않은 단어죠. 느슨함, 여유 등으로 번역될 수 있는 단어인데, 일상생활에서까진 그리 널리 입에 오르진 않는 단어였죠.

그런데… 어젠 하루종일 트위터에서 Slack이란 단어를 엄청 본 듯합니다. 바로 류한석 님의 트위팅 한 줄 때문입니다.

오늘(5월 4일) 오전에 세어보니 223개의 RT가 달려 있더군요.

이 트윗 한 줄이 얼마나, 어디까지 파급되었을까요?

출판사에서 책을 발간하면서 제일 고민되는 게, 책이 발간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알리는 일입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 세상에 그 책이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쉽게 묻혀버리고, 실제 많은 책이 그리 사라졌으니까요.

그걸 알기에 출판사에서도 이러저런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책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기본은 다음 몇 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1. 인터넷 서점 홍보. 광활한 온라인 공간이라지만 실제는 첫눈에 보이는 한 페이지의 화면을 갖고 수많은 출판사들이 각축하게 됩니다. 어떻게든 메인 화면(분야별 메인이라도)의 스크롤 없는 첫 페이지에 노출될 수 있도록 MD들을 설득하려 하죠. 각종 광고나 이벤트가 뒤따르면 설득 가능성이 높아지긴 하겠지만, 돈이 따르지 않는 상태에서 순전히 콘텐트의 힘만으로 메인에 오르긴 그리 쉽지 않습니다.

2. 오프라인 서점 홍보. 주요 오프라인 서점, 도매서점을 방문해 책 구매 협의를 합니다. 서점은 진열공간이 창고 역할까지 하기에, 각 서점이 몇 권을 구매하는가가 홍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책을 많이 구매(소위 매절이라고 하는 현금 구매)해 갖고 가게 되면, 그 책은 그만큼 해당서점에서 더 많이 노출되는 거죠. 대형서점에 가보시면 똑같은 책이 여럿 놓인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해당 책을 많이 구매했다는 얘기죠. 물론 그렇게 하려면 책을 각 서점 담당자들에게 ‘설득’해야 하고, 또 공급률을 협의해야 합니다. 평상시 10,000원짜리 책을 7,000원에 공급했다면, 서점이 책을 갖고 가는 수량에 따라 6,000원이나 5,500원까지(때론 그보다도 더 낮게) 공급률 낮춰야 하죠. 오프라인 서점이 구매하는 부수 역시 ‘말’로 되는 게 아니라 광고/이벤트가 어떻게 붙느냐에 많이 좌우됩니다.

(아~ 우울한 얘긴데…. 매대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광고비 명목으로 말이죠.)

3. 언론사 홍보. 지금은 파급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길 하지만, 그래도 돈을 들이지 않는 가장 유력한 홍보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이 발간되면 기자들이 참조할 수 있도록 보도자료를 정성껏 만들어 각 언론사에 보냅니다. 여산통신 같이 언론사 배송대행을 이용해 책을 발송하죠. 책을 보내도 아무 때나 보내는 게 아니라 시간을 맞춰야 합니다. 보통 화요일 오후 각 언론사 서평면 편집회의가 잡히기 때문에 화요일 오전엔 기자 책상에 책이 올라갈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절하죠.

그런데… 문제는 기자들 책상에 올라오는 책이 한 주에 수백 권이라는 점입니다. 출판사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 발간했고, 자신만의 책에 자부심을 갖겠지만, 어디 세상이 그리 녹녹한가요.

흔히 하는 얘기로 기자들은 수백 권의 책을 앞에 놓고, 오른쪽 왼쪽하고 구분한답니다. 책을 열어보지도 않고, 오른쪽(혹은 왼쪽)은 보도자료라도 읽어볼 책, 왼쪽(혹은 오른쪽)은 그냥 신문사 자료실로 직행할 책.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이 1차 관문을 넘어서야 간신히 서평면에 1단 기사라도 나올 가능성이 생기는 겁니다.

다행히 Slack은 중앙일간지 중에서는 중앙일보의 이은주 기자님께서 잘 봐주셔서, 4단 기사로 비중 있게 처리되었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기사 전문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국제신문에선 톱을 차지했다고 하는데, 아직 신문을 입수하지 못했습니다. ㅜㅠ

그 밖에 아래 신문들에서 기사가 나왔구요.

전자신문 | 서울경제신문 | 연합뉴스

트위터와 서평의 반응이 각각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계량할 수 없지만, 뭔가 바글바글 입소문이 생긴 효과는 분명히 있는 듯합니다.

YES24에선 바로 컴퓨터 인터넷 베스트 4위로 올랐고(경제/경영으로 분야 변경을 요청했기에 내일이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각 서점의 주문도 조금씩 반응이 있어 보입니다.

1주일만에 1위로 올랐습니다! 감사합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참. 책 소개를 하지 않았군요.

저자인 톰 드마르코는 너무나 잘 아실 테고, 책 내용은 아래 두 문장으로 바로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

빨리빨리 문화, 두려움(공포)의 문화를 가진 조직은 직원들에게 여러 형태로 압박을 가하는데 그런 관리 방식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몰라도, 점차 많은 것을 잃게 되며 결국 조직을 망치게 됩니다. 좀 더 천천히 일하더라도 제대로 일하자는 것이 본 서적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류한석

어떤 조직이 효과적(effective)이 되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비효율적(inefficient)으로 보이는 “느슨함”(여유)이 필요하다.

김창준(http://xper.org/wiki/seminar/Slack?action=highlight&value=slack에서)

표지 시안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