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자중심 사고방식은 나로부터의 개혁을 요구한다.

이 책의 저자 칼 케슬러와 존 스웨이처는 ‘나로부터(in‐place)’라는 표현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어떤 조직적 변화 혹은 개혁을 이루고자 할 때 목성만 높이는 전면적인 캠페인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실 세상 이치가 그렇듯,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려고 하는 시도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죠. 게다가 변화 뒤에 엄청난 이익이 기다리고 있다는 선동적인 장밋빛 약속은 그 약속이 지켜지기도 전에 무모함으로 마무리되거나 순수하게 참여했던 인간들은 완죤 비인간화시킨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빈 깡통이 요란하다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특히나 이런 시끄러운 일회성 내지는 몰이성적 개혁 캠페인들은 그것의 목적인 성공적인 변화나 개혁보다는 어떻게 하면 캠페인을 잘 치를까에 목을 매고 모든 역량을 쏟아 붓기도 합니다. 주객이 전도된 안타까운 현장이죠.

물론 모든 사물의 단순한 변화(shift)에도 일정하게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듯, 개발 조직에서 단순하게나마 현상적인 변화만 이루려 해도 경영적으로는 비즈니스적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하는 선각자적인(?) 리더십이 없다면 현재와 같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는 답이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이해관계자중심 사고방식은 마치 애자일 사고방식에서의 그것처럼 내재적 접근법을 중시합니다. 최고경영자가 선각자적으로 바뀌면 뭐 훨씬 적용이 수월해지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죠. 그래서인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맨파워를 발휘하는 프로젝트 리더의 역할을 중요시합니다. 각 장마다 ‘리더의 역할’이라는 챕터를 따로 둘 정도로요…

리더로서 개발팀 전체가 이 개발방식을 도입하는 데 나로부터라는 내재적 접근을 누구보다 점진적이고 광범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일 겝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살을 부딪치며 서로 교감(communication)하지 않고, 조직적 맥락과 역량을 고려하지 않는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 급한 변화는 사상누각이 될 개연성이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일 겝니다.

저자들은 경험에서 팀원 각자가 스스로 실천하고 거기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점진적이지만 광범위하게 변화를 도입하는 것이 더 성공적이라는 판단이 선 듯합니다.

팀이 이해관계자중심 개발기법들의 가치를 조금씩, 천천히, 점진적으로, 직접 체험하게 하는 방법이 변화는 늦을지 모르지만 그 기반은 탄탄하다는 확신일 것입니다.

한편 개발 프로세스 논쟁에 빠지지 말 것을 주문합니다. 물론 이 책에서는 개발방법론과 도구로서 린 애자일방식을 가장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애자일 방식이 꼭 필수사항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현실적으로 애자일 방법론을 채택하지 않은 프로젝트가 훨씬 많으며 이 접근법이 모든 개발팀들에게 적합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내재적, 점진적 접근법의 기조가 여기서도 관철됩니다.

그러면서 이해관계자중심 개발기법은 여러 다양한 개발방법론들과 병행하여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개발기법으로의 성공요인은 팀이 이해관계자중심 사고방식에 대해 얼마만큼 신뢰하느냐이지 규정화시키고 범주화시킨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날마다 새롭게, 천천히

일일신우일신(日新日日新又日新)하라는 공자의 말씀은 많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만, 특히 ‘나로부터’라는 관점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듯합니다. 이러한 입장으로 이해관계자 개발기법을 하루하루 실천한다면 프로젝트와 조직에 문화적 새바람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동시에 고객과의 소통 또한 별무 문제일 거 같습니다. 소통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고 사람의 문제는 문화적, 정서적 주파수를 잘 맞춰야 나머지 것들도 잘 따라가곤 하니까요. 이해관계자중심 사고방식(OID)이 개발자와 고객 간의 주파수 튜닝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