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자를 이해한다.
표준국어사전에서 고객의 의미를 찾아보면 이렇습니다.
「명사」
고객(顧客)
1. 상점 따위에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 ≒화주(華主)
2. 단골로 오는 손님. ‘단골손님’, ‘손님’으로 순화. ≒상객04(常客)
일반적인 상점에서 정기적으로 물건을 사러오는 손님이란 의미에서라면 고객의 의미는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또한 비즈니스의 일반 범주에서 거론되는 ‘고객은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존재’ 내지는 ‘기업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동반자’라는 의미도 쉽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볍게 다가오는 고객의 의미가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시각의 각도를 조금만 틀어도 참으로 복잡해집니다. “지금 당신의 고객은 누구죠?”라고 질문하며 간단하게 한 마디로 말해달라면 얘기는 참 달라집니다. 고객사? 갑? 갑의 임원직원? 갑이 지정한 아웃소싱업체? 아니면 모두?
‘고객 만족’이란 구호는 이제 일상 마케팅에서 무슨 교의처럼 보여집니다. 말 그대로 정말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고객이 누구인지부터 알아야겠죠. 그러고 나서 그 고객이 궁극적으로 달성하려는 목표를 파악해야겠죠. 무엇을 꾸밀 때 항상 통시성을 외면하면 안 되듯, 고객의 과거를 포함한 현재 상황과 미래 희망 상태를 잘 이해해야 뭐가 돼도 될 것입니다. 상황이 이런 데다가 고객이 한 부분이 아니고 여러 부분이면, 그리고 이런 여러 고객의 이해와 요구가 메트릭스처럼 3차원 공간에서 서로 엉켜있으면, 사태는 참으로 복잡해집니다.
현재까지 고객을 유형과 역할별로 나누어 세분화한 다음 그에 맞는 대응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책은 국내에 소개가 된 바가 없는 거 같은데, 이 책 『이해관계자중심의 소프트웨어 개발』은 이런 복잡함을 매우 세련되게 추상화시켜 과연 ‘고객이란 무엇이고 성공이란 무엇이며 프로젝트 개발자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할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해 아주 자세히 그리고 무척 실용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만들고 있는 제품의 실제 사용자와 더불어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드높이는 주인공인 고객이 누구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분석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리더에서 매니저, 제품 소유자, 일반 개발자에 이르기까지 이해관계자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더 나아가 프로젝트 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왜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성공을 정의하고 이해관계자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세련된 이론적 얼개와 실천적 벼리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cross-function 능력을 갖춘 전체팀(whole-team)이 되어야 하는 이유, 이해관계자의 조직적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제품의 소비가능성(consumability)을 용이하게 해주는 각종 메타작업을 잘 해야 할 필요성 등, 성공하는 프로젝트를 꿈꾸는 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내용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고객의 비즈니스 가치를 실현하고 개발팀의 창의성을 구현하려는 accountable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싶고, 과실은 서로 나누고 기쁨은 서로 배가 시키는 프로젝트 성공의 한 길에서 기분 좋게 고객과 악수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