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ing for the Social Web』을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소셜 웹 기획』이란 제목을 달았죠. (며칠 전 강규영 님께서  서평을 올리셨던 바로 그 책입니다.)

번역이 끝난 지는 오래고, 초교, 재교, 삼교까지 끝났지만, 아직 마무리 선언을 못하고 있습니다. 색인 때문이죠. 원서로 200쪽, 번역서 240여 쪽에 불과한 책에 색인이 자그마치 1,000여 개가 붙어있으니까요.

색인 1,000개가 별 일 아닌 거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키워드를 뽑아 1단으로 배열하는 수준이라면 아주 큰 일은 아닐 수 있죠. 하지만 색인을 2단 혹은 3단으로까지 배열한다고 생각하면 그리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작업이 됩니다.

1단으로 색인을 정리한다면, 키워드를 뽑거나 원서의 인덱스를 정리해, 편집 프로그램(주로 Quark 프로그램)에서 색인 항목으로 설정하고, 설정된 단어를 모아(자동으로) 가나다/ABC 순으로 정리하면 끝입니다.

그런데 2, 3단의 인덱스를 뽑는다면 일이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한번 과정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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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원서의 색인을 긁어 엑셀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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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New Riders의 책은 PDF에서 긁으면 들여쓰기가 먹지 않네요.

이걸 일일이 원서 모양대로 2단으로 정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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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작업을 위해 다시 아래와 같이 정리해야 합니다.

쪽수도 일일이 다시 떼어 붙여야 하죠.

또, 같은 단어가 여러 페이지에 걸쳐 색인된 단어는 모두 별도의 항목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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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색인을 위한 기초 작업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색인을 뽑기 시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 영문으로 정렬한 단어들을 대략적으로나마 번역합니다. 여기서 대략이라고 한 건, 본문에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아직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번역을 하시면서 대부분의 단어가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기억하긴 하지만, 사람의 기억력이란 게 불완전할 뿐 아니라, 단어 대 단어로 대치되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문장 속으로 풀어헤쳐진 단어들도 있으니까요.

이제 이 파일을 쪽수 순으로 정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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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을 밟아야 1, 2, 3단이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에 위에서 엑셀 각 항목에 공백이 생기지 않게 정리한 겁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ㅠㅜ

이제 번역문과 비교할 차례입니다. 비록 원서와 번역서의 쪽수가 달라졌으나, 색인 항목은 쪽수 순으로 정돈되어 있으니 차례로 찾으면 되겠죠.

여기서도 조금 더 성의 있게 색인을 뽑는다면, 영문 단어로 많이들 알고 계신 단어들은 영문으로도 별도로 뽑고, 사람 이름은 음가로도 뽑고, 영문으로도 뽑습니다. 영문 색인에는 사람 이름이 성+이름(예, Fowler, Martin)으로 되어 있으나, 흔히 이름+성(예 : Martin Fowler)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영문으로 이름+성 항목의 색인도 만듭니다.(혹시 문헌학을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이견이 있을 수 있으니, 잘못되었다면 알려주시길)

물론 원서의 색인이라고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꼭 들어가야 할 키워드가 빠졌다면 추가해야겠죠.

이렇게 쪽수를 모두 찾아 넣고 제대로 정렬하면 될까요? 그게…… 참 어렵습니다.

색인에 좀 더 완벽을 기하려면 원래 영문 순으로 다시 정렬해 보는 게 좋습니다.

이 작업을 하는 이유는 색인이 수백 개 수준이라면 각 단어가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거의 기억하며 색인 작업을 하겠지만, 1,000개를 넘어 수천 개 수준이라면 기억력에 한계가 생기기 때문에, 영문으로 다시 정렬해 보면 또 다른 점검/수정 사항들이 눈에 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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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이제 마무리 수순입니다.

위에서 밟아왔던 과정을 거꾸로 해나가면서 정리하면 됩니다.

한글로 번역해 쪽수로 정렬된 색인을 가나다/ABC 순으로 다시 정렬하고

로마자로 페이지가 되어 있거나, 00쪽~0x쪽 식으로 되어있는 부분들까지 제대로 순서가 맞는지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하고, 따옴표 등 특수문자 때문에 순서가 엉킨 단어들을 바로잡고, 정렬을 위해 불필요하게 채워 넣었던 1단(혹은 2단)의 항목들을 지우고, 같은 항목 색인임에도 여러 열을 차지하는 단어들(쪽수)을 한 칸에 모읍니다.

이제 완성되었습니다. 위에서 완성한 엑셀 파일을 텍스트로 전환해 디자이너에게 주면 Quark 프로그램에 올려 다듬고 나면 마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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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세요. 쉽지 않죠?

참고로, jrogue 님의 예전 블로그에 들어가면 색인 작업을 ‘인형 눈 붙이기’에 비교해 재밌게 써놓으신 글이 있습니다.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고통스러운 작업이라는 건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이렇게까지 어렵게 작업하는 건, 문맥까지 파악하고 필요한 내용을 찾는 데 도움이 되려면 키워드만 뽑는 1단 인덱스로는 미흡하기 때문입니다. 또, 위에서 설명하면서 얘기드렸지만 용어 사용이 달라진 부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론 원서의 오류까지 보이기도 하구요.

아~~ 이렇게 작업할 땐, 번역문 쪽수가 변동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하는데, 한참 색인 작업을 마무리 하는데 이러저런 수정으로 쪽수에 변동이 생기면….. ㅎㅎㅎ

그래서 저흰 역자를 섭외하면서, 처음 번역하시거나, 이런 인덱스 작업을 해보지 않으신 분들에게 꼭 말씀드립니다.

번역이 끝나셨다고 할 일이 마무리 되시는 건 아니라고.

나중에 색인을 뽑는 노가다가 기다리고 있으니 꼭 시간을 비워 놓으시라구요. ^^

ps 1 저희 책도 예전에 만든 책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색인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색인을 제대로 뽑을까 고민하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위와 같은 프로세스가 정리된 거죠. 아마 ‘노가다’를 줄일 더 나은 방법을 아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2 거창하게 정리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진 색인을 뽑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겁니다. 제한된 시간 때문에 ‘시간 싸움’을 해야 할 경우겠죠. 그런 일은 만들지 않아야겠지만 도망갈 구멍은 마련해 봅니다.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