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의 구조와 해석(SICP)’를 둘러싸고 슬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발간 초기엔 책 발간 자체를 기뻐해주시거나, 이미 책을 잘 아시는 분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호평에서 시작했지만, 이젠 “무리한 한글화”가 이루어진 게 아니냐는 이견 제시부터, 심지어 “값싼 번역기나 번역자를 부려 초벌 번역된 것을 정리”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는 서평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거기에 “뻔한 이야기를 겁나게 어렵게 가르쳐 줄 뿐……교육적 가치가 거의 없다”라는 혹평을 내놓은 독자까지 계시네요.

출판인, 특히 편집자에게 책은 자기가 낳은 자식과 마찬가지라 독자분들의 서평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한답니다. 특히 가혹하다 싶은 글들을 읽을 때면 뭔가 얹힌 듯 답답하기 한량 없습니다만, 평가는 독자가 하는 것!!!
사실, 그 독자분이 “논란이 많은 책”이라 표현하신 대로 SICP는 해외에서도 평가가 극명히 갈리는 책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아마존에 달린 별들도 극과 극이죠. 이미 이 책 원서를 교재로 가르치셨던 여러 교수님들의 입을 통해 “이런 책을 왜 교재로 하느냐?”는 이견이 강단 내에도 존재해 왔던 걸로 듣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당연히 있을 수 있는 논란이라 생각하고 있었구요. 번역에 대한 이견은 제쳐놓더라도 말입니다.
참고로, 번역자이신 김재우님은 이미 지난 2003년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게 게재한 글을 통해 SICP의 어떤 점이 책을 어렵게 만들었는지 정리하고 있으시지요.

그래도,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한마디만 덧붙이면….
책이 오랜 기간 꾸준히 생명력을 유지할 때는 뭔가 이유가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게 긍정적이든 설혹 부정적인 참조든 말입니다. 책이란 물성이, 어떤 책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살아 남았을 땐 한두 명의 좋고 싫음에 따라 움직이진 않는다는 거죠.
ps1. 세월의 흐름에서 살아 있는 책은 SICP 원서입니다. 번역본은 이제 갓 태어난 또다른 창작물일 뿐이니, 논란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차차 알게 되겠죠.
ps2. 책을 팔아 사업을 영위하는 출판사로서는 책의 좋은 점에 대한 설명을 이러저렇게 홍보하려 했다고 생각하는데, 많이 부족했나 봅니다. 특히 한 독자분이 지적하신 “이 책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게 뭔지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라는 의견에 간명하게 답을 해드리기엔 저희 실력이 모자라는데 혹시 답이 될 수 있는 얘길 해주실 분이 있으세요?